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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방문 간호사
작성자 김아람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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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19-11-14 17:4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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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27


학창시절부터 지역사회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큰 꿈이 지역 사회 내에 아픈 사람들이 쉴 수 있는 아름다운 공간을 만드는 것이니 만큼 지역사회 간호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방문간호사라는 직업이 낯설지 않고 반갑게 느껴졌다.

나는 두명의 선생님들과 같이 다니는데 한 가정에서 짧으면 10분, 길면 30분에서 한시간씩도 소요되기 때문에 하루에 방문할 수 있는 가정이 많지 않다.

그 중 기억에 남는 대상자가 몇분 계셔서 글로 남기고 싶다.


방문간호사로 일한지 2주 정도 되었을 때 일이다. 올해 초, 따뜻한 봄날이었다.


유방암 말기의 할머니를 방문하러 가는 길이었다.

할머니는 근처 비닐하우스에서 일을 하다가 우리를 보고 "아이고, 왔어요!" 하며 웃으며 우리를 맞이하셨다.

보라색 털모자를 쓰고 계셨는데 나는 단번에 암으로 머리카락이 빠져서 가리기 위해 썼음을 눈치챘다.

할머니는 안방으로 들어와서 "나 지금은 모자 벗어도 되겠지?" 하며 살며시 웃으며 모자를 벗었는데 뽀얗고 예쁜 두상이 드러났다.

예쁜 두상 만큼 할머니의 웃는 얼굴도 참 예뻤다.

할머니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그 사이에 있는 아주 안타까운 대상자였다.

돈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급자의 조건도 되지 않는 그 사이.. 방문간호사 선생님은 그런 상황에 놓인 대상자가 참 많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 대상자들을 찾아서 필요한 도움을 주는 것이 방문간호사의 일이라고도 하셨다.

그렇게 힘든 상황속에서도 할머니는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한다고 하셨다.

내가 지금 아프지만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없는 살림이어도 마당에 채소가 올라오면 얼른 따서 주변 이웃을 갖다주고.. 그렇게 사는 것이 행복하다고..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자주 내원할때면 간호사들이 스테이션에서 "할머니 왔네요!" 하고 반긴다고 하셨다.

신규간호사들이 주사를 잘못 놓아도 배우는 과정이니 그럴 수 있지요, 한다는 할머니. ㅎㅎ

이쯤되면 왜 간호사들이 할머니를 반기는지도 알 것 같았다. 괜히 내가 감사해서 혈압을 재던 손으로 할머니 손을 꼭 잡았다.


그런 할머니에게 암이 찾아왔을때는 3기 말이었다고 한다.

낙심하고 있던 할머니에게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고 했다.

"암도 할머니가 너무 좋은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같이 살고싶어요, 하고 들어왔나봐요."


그 말을 들었는데 왜 내가 울컥하던지, 눈치없게 나오려는 눈물을 참느라 혼났다.

정말로 왜 세상은 이렇게 착하고 예쁜 사람들을 괴롭히는지..

할머니는 방문을 마치고 나가는 우리를 잠깐 불러세우더니 마당에 올라온 쪽파를 가리켰다. "우리 선생님들 쪽파 좋아하나?"

한사코 됬다며 손사래 치는 우리와, 줘야지 행복하다는 할머니의 대립은 할머니의 승리로 끝났다.

한아름이나 되는 쪽파를 캐서 우리를 주고 난 후에야 할머니는 활짝 웃었다.

“난 이렇게 줄때 행복해, 조심히 들어가요!"

보건소로 돌아가는 길, 차안에는 쪽파향이 가득했다. 하루종일 그 잔향이 남아있었는데 왠지 시큼한 그 냄새를 맡아도 전혀 싫지가 않았다. 아무래도 할머니의 그 마음이 생각나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쪽파향 가득한 날, 나는 할머니에게서 행복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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