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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종하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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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10-09-02 21:3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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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454

 투둥~  쾅하는 소리에 잠에서 깨니 밖에 난리가 나는듯 했다.

세찬 비바람소리에  뭔가 뜯기는 듯한 소리, 뭔가가 뒹굴고 떨어져 나가는 소리로 온통 시끄럽다. 

평소에 잘 찾지 않던 하느님을 찾아가며 제발 큰피해 없이 조용히 물러가길 바라면서.. 새벽잠을 설쳤다.

날이 새면서 바람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태풍이 지나갔는가 보다.

 

일어나 밖에 나가니 마당에 있는 감나무가 벌렁 드러누어 있다.

가을이면 빠알갛게 익은 맛있는 감을 주는 것은 물론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주어 애지중지하던 나무였다.

계단을 내려가 배밭으로 가니 바닥이 떨어진 배들로 온통 하얗다.

조금 적을 뿐 사과밭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윗밭으로 가니 더 처참했다.

나무가 이리저리로 쓰러져 있고 바닥은 사과들이 뒹굴고 있었다.

이럴수가...

 

낙담이 돼서 방에 들어오니 집사람이 어떠냐고 묻지도 않는다.

짐작이라도 하는듯..

밥을 먹는둥 마는둥하고 수덕사로 향했다.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오늘 예약손님도 있고..

가서 앉아 있는데 머리는 온통 밭일로 가득했다.

 

이왕 이렇게 된거 어쩔수 없는 일 아닌가.

내 의지로 어쩔 수 없는 일, 그려려니 하자 하고 책을 펴서 읽는데

마침 고전속의 정약용선생이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말을 건넨다.

 

" 대개 세상의 온갖 사물은 모두 지킬 것이 없지만 오직 나만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내 전답을 짊어지고 도망갈 수 있는 자가 있는가 ? 그래서 전답은 지킬 것이 없다.

내 집을 지고 달아날 수 있는 자가 있는가 ?  따라서 집은 지킬 것이 없다.

내 정원에 심어진 꽃과 나무들을 뽑아갈 수 있는 자가 있는가 ?

뿌리가 땅에 깊이 박혀 있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

 

내 책을 훔쳐 없애 버릴 수 있는 자가 있는가 ?  책에 적힌 옛사람의 말과 기록이

세상에 널리 퍼져서 물이나 불처럼 흔한데 누가 없앨 수 있겠는가

내 의복과 양식을 도둑질해 나를 궁색하게 할 수 있는가 ?

세상의 실이 모두 나의 옷이고 세상의 곡식이 모두 나의 양식이다.

내 옷과 양식을 훔쳐가더라도 일부에 불과할 뿐이고

또한 세상의 모든 옷과 곡식을 없앨 수 있겠는가 ?

따라서 세상의 온갖 사물은 모두 애써 지킬 까닭이 없다.

 

그러나 유독 나만은 그 성품이 달아나기를 좋아해 드나듦에 일정한 법칙이 없다.

아주 가깝게 붙어 있어서 서로 배반하지 않을 것 같다가도

잠깐이라도 살피지 않으면 어느곳으로 달아나는지 알 수 조차 없다.

 

이익과 녹봉으로 유혹하면 가버리고 

위엄과 재앙으로 겁을 주어도 가버리고

마음 깊은 곳을 울리는 아름다운 음률만 들어도 가버리고

까만 눈썹에 새하얀 치아를 가진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만 보아도 가버린다.

 

더욱이 한번 가버리면 다시는 돌아올 줄 몰라 붙잡아 만류할 수도 없다.

이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잃어버리기 쉬운 것이 바로 나다.

어찌 실과 끈으로 묶고 빗장과 자물쇠로 채워 굳게 지키지 않을 수 있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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