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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람이방

막내 아람이의 눈에 비친 우리들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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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까만바다여 안녕!
작성자 김아람 (ip:)
  • 평점 0점  
  • 작성일 2007-12-31 18:2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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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685
  2007년 12월 27일 목요일

태안기름유출사고로부터 21일째 되는날, 어느덧 수만명의 사람들 손길로 기름들은 순순히 바다로부터 떨어져 나가고 있었고 나머지 남아있는 고집센 기름들을 제거하기 위해 예산군 농업 기술센터사람들과 엄마와 그리고 내가 까만바다를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내딛고 있다.



AM 8시 10분 - 집합, 출발

“김아람빨리일어나!”

아 또시작이군. 여느때와 다르지않게 엄마의 기상소리와 함께 달콤한꿈에서 빠져나와 느릿느릿 씻을준비를 하고있는 나와 내옆에서 서둘러 준비를 하고있는 엄마.

“아람아빨리준비해야지! 어제엄마랑 일찍준비한다고 해놓고, 오늘 태안가는 날이잖아!”

아 그렇구나, 태안가는날이지···. 그래서 이렇게 빨리 날 깨운거였군. 이런저런 생각들에 서서히 잠이 깨어 아까보다는 조금 빨라진 몸놀림으로 신속히 준비를 하고 엄마와 차에 올라탔다.

예산군 기술센터 도착.

8시에 모이기로 했는데 엄마와 나까지 4명왔다. 에이 5분만 더잘껄, 하고 생각하며 속으로 궁시렁대고있는데 엄마는 어느새 태안으로 출발하는차에 나를 태우셨고 사람들도 이제 하나둘 오기시작했다. 다왔다. 출발이다.


AM 10시 - 도착

‘후- 사람들도 많이왔네. 이거 기름제거하러온거야, 사람구경하러온거야?’

아침에 일찍일어난 것 때문에 조금 삐딱해졌지만 어떻게 보면 우리보다 일찍 기름제거 준비를 하고계신 분들께 감동을 받으며 나는 방제복과 빨간 장갑과 고무장화를 들고 서둘러 차에서 내렸다. 

“뿌드드드득(테이프떼는소리)”

방제복을 집어든 나는 나지막히 헐···. 하고 내밷었고 참으로 막막하다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우주복이다. 그것도 엄청 큰 우주복.

하지만 내가 이렇게 옷에 신세한탄하자고 온게 아니기 때문에 참으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옷을 조물딱거리다가 드디어 몸에 맞게 입고는 앞서가는 사람들을 따라 까만바다를 향해 걸어갔다. 걱정30% 기대30%, 그리고 열심히하겠다는 착한마음 40%로.


AM 10시 30분 - 시작

우리가 처음 도착한곳은 여러 용도의 옷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곳.

학교에서도 면옷들을 반별로 겉으라고 했는데··. 우리반에서는 아주 극소수의 아이들만 냈는데 그 옷들이 여기에 쌓여 있을라나? 학교에서는 이런 옷들, 내도 그만 안내도 그만이라고 참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현장에 나와서 보니까 그렇게 기부해준 사람들께 내가더 감사드리고 그런 옷들을 왠지 다시보게 된다는, 참으로 좋은느낌. ?

이제 손수건, 내복, 면티, 바지, 수건등 없는게 없는 이것들을 개인당 지급된 쌀자루에 한가득 집어 넣고는 이제 본격적으로 바다로 들어가기 위한 마음의 준비단계인 모래카펫을 밟고 우리가 닦아야할 기름에 쩔어서 아주 까맣게 코딩되어버린 돌, 바위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기름냄새가 숨박꼭질하듯이 난다.

“에구머니나! 이를 어째?”

“아휴 이 기름들좀 봐요.”

“빨리빨리 닦아야 겠네! 자 모두들 서있지만 말고 앉아서 닦아요!”

이렇게 돌에 기생들처럼 달라붙어 지내고 있는 기름들에 잠시 말문이 막히고 멍해져서 아주 잠깐, 가만히 있다가 빨리 사태파악을 하고 주저앉아 한눈에 딱 들어오는 것들부터 하나둘 닦아가기 시작했다.

내복으로도 닦아보고 손수건으로도 닦아보고 면티로도 닦았다. 하지만 닦여나오는건 기름보다 흡사 기름처럼 보이는 진흙들이 더 많았고 시간이 지나서 흡착포로도 닦으니까 겨우 기름들이 스며들어왔다. 역시 흡착포가 가장 잘닦인다.

우리가 닦는곳이 바위와 바위사이다 보니까 주저앉아서도 닦아보고 허리를 구부려서도 닦아보고 일어나서도 닦아 보았다. 그렇게 계속 자세를 바꿔서 닦으며 겨우 편한 자세를 잡았다 싶었을때는 벌써 방제복 군데군데에 기름들이 묻었을때. 살짝 얼굴이 찌푸려 지기는 했지만 그다지 신경쓰지는 않았다. 우리는 겨우 방제복에 기름이 묻어 얼굴을 찌푸리지만 해안가에서 일을하고 또 그주변에서 힘들게 살아가시는 분들께는 몸과 마음, 정신까지 힘들어져 찌푸리는게 아니라 그럴 힘도 없어서 목메어 흐느끼고 계시니까···.


PM 12시 - 점심

아싸! 점심이다. 기름에 쩔어도 한참 쩔어서 빨갛던게 까맣게 되어버린 장갑을 벗어던지고 숨을한번 크게 내쉬었다. 그리고 점심밥을 받고 이번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아 이제좀 살것같다. 그런데 좀 춥다.

집에있을때는 반찬이 그냥 반찬으로만, 밥이 그냥 밥으로만 보이던게 지금보니 막 빛이난다. 저멀리 달에서도 보이게, 그런데 좀 식었나보다. 아쉽다. 하지만 무척 배고팠던 때라 쉬지 않고 먹었다. 추해보이지 않게 조금 조금씩 그러나 반찬 몇 개 남기지 않고 거의다.

이제 다 먹었으니 소화도 시킬겸 엄마와 그리고 선생님들이랑 같이 걸어다녔다. 가다보니 커피가 보여 하나씩 손에 커피를 들었다. 그옆에 라면도 있었다. 따뜻한 컵라면! 막 먹고싶었지만 이미 밥을 먹었기 때문에 참았다. 옆에 KBS 카메라가 있었다. 왜 있지? 하고 생각해 주위를 둘러보니 급식자원봉사 같은걸 하고있었다. 뉴스에 내보낼라고 하나보다. 그런데 참 맛있어보인다. 김이 막 모락모락난다. 금방 만들어냈나? 휴 젠장. 여기서 먹을껄···. 이런 생각이 굴뚝같이 들었다. 하지만 난 벌써 밥을 먹은몸이라고! 그래서 그곳을 급히 빠져나와 또 걸어서 잠깐 휴식을 취하다 다시 기름을 제거하러 갔다.


PM 1시 - 장소바꿔서 시작

같이 온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보니 아저씨들이나 아줌마들이 우리가 일했던 곳 말고 다른쪽을보며 심각하게 말씀을 나누고 계셨다. 그리고는 우리들을 향해 크게 말씀하셨다.

“우리 저쪽으로 가야될꺼 같아요. 저쪽이 더 기름이 많아보여요, 장소를 바꿉시다.”

그래서 우린 바뀐 장소로 걸어갔는데 장난이 아니다. 후아- 이게다 기름이야? 하고 말할정도로. 아까 우리가 일했던 곳보다는 몇배, 아니 수십배 더 심하다. 훨씬 더 많이 기름에 쩔어있다. 냄새도 아까랑은 차원이 다르게 사람들의 코를 콕콕 찔러댔고 사람들도 더 많아졌다. 아까 우리랑 같이 닦던 사람들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여기에 왔다. 이렇게 마음을 같이해서 같은 공간에서 닦는 사람들의 모습들, 멋지다. 정말 닦는 모습도 멋지고 그 마음도 멋지다. 감동적이고도 아름다운 그림이다. 그 사람들을 보고 이제 나도 닦아야 한다는 생각에 옷들을 들고 자리를 잡아 닦기 시작했다. 아까처럼 닦아봤는데 잘 닦이지 않는다. 분명히 까맣게 기름이 묻어있는데 말이다. 그래서 주변을 둘러보니 한껏 인상을 쓰며 힘주어 닦는 사람들이 군데군데 보인다. 나도 저렇게 닦아야 하나보다. 그래서 휴- 하고 닦으려고 하는데 아예 바위에다 옷을 깔아 놓고 밟는 사람들이 보인다. 오! 저게 더 효과적으로 보인다. 그래서 나도 같이 밟았다. 아까보다 훨씬 잘 기름을 빨아들인다.

그래서 막 밟고 있는데 저~ 쪽에서 함성소리가 들린다. 우리랑 같이 온 아저씨가 메이커 바지를 들고 장난을 치고 계셨다. 그런데 어디선가 나타난 SBS 카메라가 그 아저씨 쪽으로가서 그 아저씨도 찍고 다른사람들 인터뷰도 하고 돌아다니면서 좋은모습을 촬영해 갔다. 오- 카메라를 두개나 보니 기분이 막 들떠서 그 앞으로 살며시 다가갔더니 촬영 버튼을 끄고 막 다른곳으로 걸어가신다.

‘뭐야 날 피하는거야? 에이 상심했어. 난 티비랑은 인연이 없나보다.’

뭐 이런 생각들을 하고는 엄마있는곳으로 가서 이제 일에 집중하려 하다가 혹시나 해서 카메라있는쪽을 또보니 이제는 간다. 그래, 가라~ 다른거 좋은거나 많이 찍으시구 잘가세요!(꾸벅)


PM 3시 - 끝

밀물이다. 바다가 잡기싫지만 떨어지지 않은 기름의 손을 붙잡고서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제 바다 밖으로 나가야 할 시간인가보다. 바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부터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하고 어중간하게 자리잡고 앉아서 열심히 기름을 닦고 있던 나와 엄마도, 그리고 바다 멀리있는 사람들도 조금 닦다가 바닷물이 많이 밀려들어온것을보고 서둘러 빠져나왔다. 이제 우리가 있던 곳에는 이- 만큼이나 밀려온 바닷물과 차마 가지고 나오지 못한 옷들이 착한 사람들의 손에 이끌려 같이 나오고 있다.

이제 오랜만에 만났던 바다와 짧은 작별을 고해야 할 시간이다. 지금은 기름 때문에 상태가 많이 좋지 않지만, 까만 눈물을 마구 흘리고 있지만 우리한테는 영원히 깨끗하고 맑고 눈부신 바다로 가슴에 기억될 바다. 아니 이제 얼마 있으면 그렇게 될 바다!

다음에 또와서 도와줄게 바다. 그때동안 조금만 참아. 아니 그 뒤로도 조금 더 힘들지도 몰라.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도 같이 힘들어 하고 있다는거, 그리고 바다의 깨끗한 모습을 되찾아 주기 위해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다는거, 우리모두 지금 마음아파하는거-

그럼 다시만날 그때까지 안녕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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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현복 2024-05-04 16:28:46 0점
    수정 삭제 댓글
    스팸글 아람아! 참으로 훌륭한 일을 해냈구나. 아침에 일어나기 싫은데도 그것을 떨쳐 버리고 어려움을 이겨낸 너의 의지를 칭찬하고 싶구나. 태안에 가야만 느낄 수 있는 감정. 우리 민족의 저력으로 고난을 능히 극복하리라 생각된다. 2008년 새해 첫날이다. 알차고 뜻깊은 방학을 보내렴. 마음도 몸도 한층 성숙되어 너 자신을 위해 공부를 하렴. 목표를 정해 놓고 정신을 집중하길 바란다. 아람아! 샘은 너를 믿는단다. 나의 훌륭한 제자가 될 것이란 것을...
  • 아람이 2024-05-04 16:28:46 0점
    수정 삭제 댓글
    스팸글 선생님안녕하세요^*^! 2007년은 잘 마무리 하셨어요ㅎㅎ? 오늘부터 벌써 시작된 2008년 한해도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시길 바래요^,^! 그리고 정말 태안가서 다양한 감정, 그리고 많이 느끼고 왔어요. 그걸 글로 다 표현하려니 부족한 실력때문에 잘 표현하지 못한것 같은데 선생님께서 잘 이해해 주셔서 짱감사합니다ㅎㅎㅎ 앞으로도 선생님의 가르침을 기억하며 열심히 생활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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